'나는 가수다'이후로 '나는..다'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과 무관하게 꽤 오래전에 출판된 책이다.
책 커버 상단에 '실존심리치료'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심리학'이라는 범주에 넣으면 좋을 책이다. 10가지의 심리상담사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외로움, 자기비하,발기불능,편두통,강박적 성행동,비만, 고혈암,비통함,소모적 사랑의 강박관념, 지나친 감정변화, 우울증등의 고통이 담겨져 있다.
일단 다른 사례들에 비해 가장 강렬하게 남았던 사례만을 꼽아보겠다.
이는 첫 번째 사례이며 책 제목과 유사한 '사랑의 처형자'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델마라는 여성은 70대 백인여성으로 결혼을 하였음에도 남편은 안중에도 없고 20년동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치료는 꾸준히 해왔으나 8년전에 받게 된 치료에서 매튜라는 치료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이후에 지독한 짝사랑이 강박증으로 변한다. 책 저자인 얼빈이라는 의사는 정신과쪽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이 치료자와의 만남으로 그녀는 짝사랑이후 치료에선 단 한번도 발설하지 않았던 '자신과 매튜와의 이야기'를 그에게 털어 놓는다. 그녀가 이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그동안 받아왔던 실습생수준의 치료자와 달리 믿음이 갔기 때문이기도 하며 자신이 우울증치료를 받는 것이 이제는 넌덜머리가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강박증으로 분류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으며 치료자는 이 관념을 깨부수기 위해 치료과정을 통하여 대단히 많은 노력을 하게된다. 델마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집착적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8년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그리고 매튜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집스럽게 고수할 때 저자는 본인의 노력에 회의를 품게된다. (참고로 그녀는 8년전 치료자와 밤을 함께 보내고 27일간 서로 연락하며 지내다 치료자가 돌연 연락을 끊고 나서 그 이후 계속 전화를 하고 응답기에 메세지를 남기는 행동을 꾸준히 반복해 왔다.) 그러다 마지막 회기를 대 여섯회정도 남겨 놓았을 때 저자는 매튜를 만나 세 명이서 상담을 하는 것을 제의한다. 그 말을 듣고 환희에 찬 듯한 모습을 취하지만 그녀는 이내 거절한다. 이유는 함께 만나게 되면 그가 그녀에게 다시 돌아올 1,2%의 확률이 0%나 그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셋은 이내 만나게 되고 환자를 이용해 상처를 준 파렴치한이라는 저자의 예상과 달리 매튜자신도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든 삶을 살았던 '환자'였음을 알게된다. 이 상담후 그녀는 자신의 강박증을 깨부수게 되는 계기를 얻게 되지만 본인이 말한 '삶의 유일한 낙'이었던 상태를 저자로부터 빼앗겼다는 생각에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열심히 설득하여 그녀가 좀 더 치료과정에 머물기를 원하지만 그녀는 떠나버렸으며 좌절감만 남기는 상담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곧이어 그녀가 다행히 매튜와 한 달에 한 번 저녁을 먹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이야기에서 '집착'에 가까운 그리고 사랑이라고 불릴 수 있을 지 모르는 강박상태에 빠져있는 여성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해 주고 함께 노력해준 저자가 정말 신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제목에 나온 '사랑의 처형자'가 곧 저자자신이었음을
책을 읽고 난 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처음 읽었던 때는 4년전이었으나 다시 눈에 띄게 되어 읽어보니 저자의 노력이 다시금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당시에도 꽤 새로운 느낌이어서 저자의 이메일주소를 찾아내어 글을 쓰고 답장까지 받았던 기억이 난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델마의 지독히도 고집스러운 태도에 대해 매우 힘겨워 하면서도 본인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하나 있는 데 그는 그런 '사랑의 상태'에 머물러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본인도 강박의 상태를 잠시 경험한 적이 있다고는 했지만 나에게 연락조차 없는 사람을 8년넘게 기다리는 노인의 심정을 어찌 알 수 있을까? 그러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단 기간에 한 사람으로 인해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지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녀는 저자의 말처럼 대단히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내담자였으며 굉장히 비관적이고 냉소적이긴 했지만 결국은 '사랑의 힘'으로 다른 내담자와 달리 치료의 효과를 대단히 빨리 본 경우라는 결론이 다소 위안이 된다.